[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문학상이 있다.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노벨문학상부터 언어권 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상들, 유명 문호나 문인을 기리며 그 이름을 내건 문학상, 출판사나 문학잡지에서 주관하는 문학상, 문학 신인들의 등용문인 신문사의 신춘문예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문학상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서점과 관련한 문학상 중에서는 일본의 서점대상(本屋大賞)’이 유명하다. 올해로 벌써 21회를 맞았다. 전국의 서점인들이 직접 선정한 수상 도서(소설)를 대대적으로 매대에 전시판매하여 주목도를 높이는데, 대상을 받은 책은 적어도 50만 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그래서 아쿠다가와상이나 나오키상 같은 유명 문학상보다 더 큰 대중력 영향력과 판매력을 가지게 되었다. 서점인들이 서점 매출 증대를 위해 고안한 철저히 상업적인 마케팅 관점의 문학상인데, 가장 큰 선정 기준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이라는 점이 포인트다. 서점인들이 읽은 책들 중에서 추천하는데 매년 재미와 감동이 있는 소설이 선정된다. 본상과 함께 발표하는 번역소설 부문에서는 한국의 손원평 작가의 인기가 단연 돋보인다. 2020년에 아몬드1, 2022년에 서른의 반격1, 2023년에 프리즘2위를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유독 손원평 작가에게 반한 일본 서점인들이 많은 듯하다.

2023년에 20회째 수상작을 발표한 일본의 ‘서점대상’
2023년에 20회째 수상작을 발표한 일본의 ‘서점대상’

일본의 서점대상이 이미 출판된 책 중에서 선정하는 인기 위주의 문학상이라면, 한국 서점인들이 만든 문학상은 신인 양성을 위한 문학 등용문이다. 그 첫 시도는 전주의 서점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던 2020년 여름 전주책방네트워크(회장 이지선)에 속한 전주의 7개 동네서점 주인장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의 동네서점 문학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주제로 내걸고 시, 소설, 수필, 사진 에세이 분야의 작품을 공모했다. 분량은 소설이 A4 5쪽 안팎, 수필과 사진 에세이는 A4 2쪽 안팎으로 응모자들의 참여 부담을 최소화했다. 대상에는 50만 원(도서상품권 포함)과 상품, 7개 서점상에는 5만 원 도서상품권과 상품을 내걸었고,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도서상품권을 협찬했다. 문학상의 세부 기획부터 홍보, 접수, 심사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책방지기들이 온갖 실무를 도맡아 진행했다.

2020년에 개최한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공모 포스터
2020년에 개최한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공모 포스터

그럼, 과연 얼마나 응모했을까? 40여 일의 공모 기간 동안 총 375명이 작품을 접수했다. 그 내역은 시 130, 소설 62, 수필 158, 사진 에세이 25명이다. 일주일간 서점지기들이 예심을 하고 이틀 동안 본심을 거쳐 대상작과 서점 이름을 건 서점상의 수상작을 뽑았다. 202111일 신춘문예처럼 발표한 첫 번째 공모 문학상의 대상작은 조재윤의 단편소설 <카레가 끓는 동안>이었다(https://ch.yes24.com/Article/View/43849 참조). 크라우드 펀딩인 텀블벅을 통해 수상 작품집도 참여한 동네서점(잘익은언어들)에서 출판했다. 이어서 다음해에는 사진 에세이 부문 대신에 희곡과 동화 부문을 추가해 제2전주동네책방문학상공모 사업을 시행했다. 수상 작품집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를 크라우드 펀딩 후원으로 발행하고 지역서점에서 전시판매했다. 책에는 수상작과 수상자 인터뷰, 신작, 그리고 심사평 등이 수록되었다. 그런데 두 해 동안 이어진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은 멈췄다. 현업에 있는 서점지기들의 많은 노력에 의존해야 하는데다, 문학상 유지를 위한 적절한 물적 후원도 뒷받침되지 않아 지속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책의 도시전주이기에 생겨난 독특한 서점문학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한편, 전주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 생겨난 동네서점 문학상이 있다. 전주 옆에 있는 군산에서다.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 활성화 지원사업에 동네서점 예비 작가 발굴 사업아이디어가 채택되어, 지역서점 마리서사를 중심으로 군산의 여러 서점인들이 협업하여 제1군산초단편문학상을 만든 것이다. 단편보다 더 짧은 초단편은 200자 원고지 기준 1~50매 정도의 소설로 누구나 창작에 부담을 주지 않는 길이이다. 군산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까지 무려 2,719편이 응모가 쇄도했다. 문학상 운영 실무는 서점인들이 맡되 심사는 문인들이 전담했다. 2회 공모를 언제 하느냐는 문의가 많지만 선뜻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지원받았던 문체부 예산 항목이 올해 전액 삭감되었고 다른 대책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1911020005955?did=NA).

흔히 독립서점이라 불리는 동네서점들은 공통적으로 학습참고서나 문제집 등을 취급하지 않는다. 서점 경영에서 필수 상품을 제외하고 잘 팔리지 않는 단행본과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하니 경영난을 피하기 어렵다. 대형 인터넷서점처럼 15% 직간접 할인을 제공하기 어려우니 구매 독자층도 두텁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 본위의 소통연계 사업을 펼치고 지역문화를 키우는 데 열심이다. 동네서점 문학상을 운영하려는 시도 역시 그런 노력 중 하나다. 문학상을 운영한다고 해서 그에 따른 수익은커녕 실무 처리를 위한 번거로운 노력 봉사를 각오해야만 한다. 이럴 때 관련 기관단체나 지자체, 공공도서관, 지역 기업 등에서 후원하고 문학 또는 지역문화 관련된 곳들과 협업하며 보다 특색 있고 매력적인 문학상을 키워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학상만이 아니라 재미난 별별상을 만들어도 좋겠다. 서점인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독박 희생은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문학 및 콘텐츠 창작, 독서 및 여가 생활, 공유와 혁신적인 생각을 북돋우어 주는 각종 공모전과 시상 제도, 모임놀이전시공연상영출판 연계 사업이 더욱 풍성해지길 소망한다. 동네서점이 하는 일이 책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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