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전준우 칼럼니스트]

나무위키의 성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익명의 유저가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 많은 글들을 쓰고, 수정하고, 또 시의적절하게 새로운 정보들을 추가시키는지 궁금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관련된 의문에 대해 나무위키에서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대다수 사람들의 노력이 지금의 나무위키를 만들었다'는 식의 글이 올라왔다. 어느 익명의 사용자는 '인류에게 주어진 기록 DNA로 말미암은 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읽고 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글쓰기가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게 그 증거다. 상형문자조차도 무엇인가를 기록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글쓰기와 궤를 같이 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역시 글로 이루어져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영상매체로의 이동, 즉 트렌드의 거대한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 시장이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나무위키 익명의 네티즌이 이야기한 기록 DNA 때문이다.

영상매체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에 글쓰기는 크게 돈이 들지 않고도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신변잡기, 혹은 신변소설이라고 불리는 부류의 글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경험의 기록에 불과할지 모르나, 처음 접해보는 사람에게는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장편소설 집필은 창작분야에 속하는 한편 매우 수준 높은 분야의 창작활동이지만, 개인적 경험과 허구의 그 중간 어디쯤에 속해있는 것이 소설이라는 사실 하나만 깨달아도 소설가가 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약간의 노력, 약간의 수고로움을 인내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의 소설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다.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저자의 생활이 독자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을 정도로 뒷받침되지 않을뿐더러 망패한 짓을 일삼더라도, 글 자체가 훌륭하다면 영향력을 가지기가 쉽다. 또한 글 자체가 재미있고 맛깔스럽다면 저자의 어휘력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종의 영구성을 가진 매체의 특성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시인, 연출가, 배우들이 지둔한 판단과 선택으로 보기 좋게 인생의 뒤안길을 걷는 것을 기억하자. 좋은 저자,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상 속에서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좋은 글은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속담이 있듯이, 운동과 명상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또 스마트폰과 영상기기를 멀리 하고, 사전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들이자. 좋지 않은 글이면 어떠리. 둔필승총이라 했다. 둔필도 자기 관리를 통해 충분히 총필이 될 수 있다.

 

사진=핀터레스트
사진=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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